

천정부지로 치솟은 곡물 가격은 왜 이렇게 올랐을까?
1. 기후: 기상 이변 → 작황 부진 → 곡물 가격 상승
곡물 가격은 경작이라는 특성상 기후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곡물 작황에 영향을 주는 대표적인 현상은 엘니뇨와 라니냐다. 일반적으로 적도 부근 북반구에는 북동 무역풍, 남반구에는 남동 무역풍이 분다. 무역풍으로 인해 따뜻한 해수가 열대 서태평양으로 이동하고 해수면 온도가 올라가 온난습윤기후(강우량↑)를 형성하며, 열대 동태평양은 온수층이 얇아지고 차가운 해수면이 드러나면서 한랭습윤기후를 형성하는 것이다. 이러한 정상 상태에서 벗어나 라니냐, 엘니뇨가 발생하면 이상 기후 현상으로 인해 주요 곡물 생산국가에서 생산 차질이 발생하며, 곡물 가격 상승 압력으 작용한다
엘니뇨
- 중앙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평년대비 +0.5℃ 이상으로 5개월 이상 유지되는 현상이다
- 남동 무역풍이 약해지면서 서태평양으로의 해수 이동이 둔화하는 영향으로, 중앙 또는 동태평양 부근에 기류가 형성되어 서태평양보다 동태평양 연안의 강우량이 많아진다
- 엘니뇨 발생 시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와 호주, 브라질,미국 등이 가뭄을 겪게 된다.
라니냐
- 동태평양 연안 해수면 온도가 평년대비 -0.5℃ 이하로 5개월 이상 유지되는 현상을 말한다.
- 적도 부근 북동 무역풍과 남동 무역풍이 정상보다 강화될 경우 적도 동태평양의 온수층은 비정상적으로 얇아지는데, 이로 인해 해수면 온도가 정상보다 낮게 형성된다
- 라니냐 발생 시 동남아시아, 호주 지역은 폭우가 내리는 반면, 아르헨티나, 미국 남부 등에는 가뭄이 발생한다
현재 진행 중인 라니냐 현상은 2020년 가을(9월)에 시작되어 2022년 4월을 전후로 강도가 높아진 것으로 파악된다. 라니냐가 연장되며 미국과 남미의 역대급 가뭄, 호주의 폭우와 홍수, 인도의 때이른 폭염(일부 지역 4월 기온 50도 육박) 등 이상 기후 현상들이 세계 곳곳에서 발생했다. 파종 시즌인 4~5월의 파종 진척도는 과거 레인지를 이탈한 것으로 파악되며, 곡물 생산 차질 우려가 불거져 가격 상승 압력을 자극했다
2. 러-우 전쟁 장기화 → 곡창지대 공급 차질, 수출 규제 확산 → 곡물 가격 상승
곡물은 전세계적으로 상업적, 비상업적 거래가 모두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원자재다. 따라서 국제 정세나 국가별 수출, 수입 관련 정책에도 크게 영향을 받는다. 올해 초 발발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곡물 수급 관련 불안감을 조성하기에 충분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세계적인 곡창지대로, 전세계에 밀을 약 29%(밀 수출국 순위:러시아 1위, 우크라이나 5위), 옥수수를 19% 공급하는 주요 곡물 수출국이기 때문이다.
많은 국가들이 수출 금지 또는 제한 정책을 발표하면서 불안은 가중되었다(표1 참고). 러시아는 미국 등 여러 국가들이 경제적 제재를 가하자 이에 대한 대응으로 식료품 수출을 금지시켰다. 우크라이나는 자국 보호 차원에서 수출을 금지했는데, 이미 곡물재배 시기를 놓쳤고 농업 기반도 파괴되어버린 상황이다. 당초 예상보다 장기화된 전쟁은 식량 보호주의 확산으로 이어졌다. 인도네시아 팜유 수출 중단, 인도 밀 수출 금지 등 전쟁이 시작된 이후 총 45건의 식량·비료 수출 제한 조치가 시행되면서 전세계 식량 안보에 비상등이 켜졌고, 곡물 가격레벨은 높은 수준에서 유지되었다.

3. 러시아산 에너지 제재 → 비료 가격(생산 비용) 상승 → 곡물 가격 상승
곡물 가격은 에너지 가격과 상당히 높은 상관관계를 가진다. 곡물 파종에 사용되는 주원료가 에너지 상품이기 때문이다. 소맥, 옥수수 등을 경작하는데 사용되는 비료요소의 주요 원료는 천연가스 또는 석탄(무연탄, 유연탄/갈탄)이고, 질소계 비료의 주요 성분인 암모니아는 천연가스에서 추출한다.
코로나19로 공급 부족과 가격 인상 등의 문제를 겪은 비료 공급망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로 더욱 악화되었다. 비료 주요 수출국인 러시아가 비료 수출을 중단하고 중국도 수출 요건을 강화하면서 비료 가격은 더욱 급등했다. 비료 가격 상승분은 곡물의 생산비용 증가로 이어져 곡물의 공급차질을 심화시켰고, 이 또한 곡물 가격의 상방압력으로 작용하였다.
곡물 가격 전망: 단기 vs. 장기
단기: 곡물 가격 슈팅 가능성 존재
- 곡물 가격은 단기적으로 북반구 수확 시즌 결과에 따라 추가 슈팅 가능성이 남아있다
- 북반구에서는 3~5월에 파종된 소맥(봄밀), 옥수수, 대두 등을 8~10월에 걸쳐 수확한다. 곧 수확 시즌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 다만 1)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로 봄밀 파종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했고, 2)연장된 라니냐발 영향으로 이번 수확이 부진할 가능성이 있어 공급 가이던스는 추가 하향되었다.
- 따라서 현재 곡물 가격이 하락 추세라고 해도 이번 북반구 수확 시즌에 단기적인 슈팅 가능성은 남아있으며 2022년 하반기까지는 이미 높은 레벨에 있는 곡물 가격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겠다

장기: 곡물 가격 하향 안정화 전망
- 국제 곡물 가격은 최고치를 지나, 장기적인 하향 추세에 접어들 전망이다. 라니냐 후퇴,유가 조정, 사료 수요 둔화 등 가격 상단을 제한하는 요인들이 상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 농촌경제연구원은 국제 밀, 콩, 옥수수 가격이 주요 수출국 작황 개선과 미국 금리 인상 등의 영향을 받아 하향 또는 약보합 추세라고 분석했다
- FAO 세계식량가격지수도 지난 3월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후 3개월째 하락세이다.
- 밀 가격은 북반구의 수확 시즌이 시작되는 영향과 캐나다, 러시아 등 주요국 생산량이 개선될 전망에 힘입어 하락했다.
- 옥수수는 남미 지역 수확이 진행되고 미국 작황 상황이 좋아지면서 가격이 떨어졌다. 여전히 과거 대비 높은 수준이기는 하지만, 시장 분위기가 반전되고 있다.
1. 주요국 작황 개선
최근 발표된 미국 작황 보고서에서 봄밀 작황이 우려 대비 좋은 수준을 보이며(Good or Excellent 비율: 봄밀 +54%p, 대두 +3%p, 옥수수 Flat YoY), 곡물 가격 진정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예상보다 좋은 결과에 국제 곡물 가격이 일부 하락하였고,국내 가공/소재식품 및 라면 업체(CJ제일제당, 대상, 농심, 삼양식품 등)들의 주가가 상승하기도 했다.
2. 국제 유가 안정화
9월부터 미국 드라이빙 시즌이 종료되며, 국제 유가가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 휘발유(유가) 가격 하락 시 옥수수는 바이오연료向 수요 위축이 불가피하며, 가격이 하락하게 될 전망이다. 옥수수는 미국산 바이오연료의 주요 원료(비중 95%)로, 에너지 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유가 레벨다운 시 디스카운트가 가장 크게 발생할 수 있다.
3. 비료 가격 하락
비료 가격도 하락 반전했는데, 비료 뿐 아니라 비료의 원재료인 '요소'와 요소의 원재료인 '천연가스' 가격도 동반 하락하고 있는 점이 고무적이다. 공급 차질 문제를 겪던 비료와 원재료 가격이 떨어지면서 곡물가 안정에 힘을 더할 전망이다.
4. 사료 수요 둔화
중국의 사료 수요가 둔화되고 있다. 중국은 대두, 옥수수 등 곡물의 최대 소비국이다. 주로 사료용으로 곡물을 사용하는데, 장기간 낮아진 양돈농가 마진으로 인해 사료 수요가 둔화되는 모습이다
투자전략
음식료 업종은 대표적인 내수 업종이자 경기의 영향을 잘 받지 않는 필수소비재의 특성을 띈다.
1)사업을 오랫동안 이어가는 기업이 타 업종 대비 많고,
2)과점 형태를 띄는 세부업종이 다수 존재하며,
3)소비자들이 비교적 기업에 친숙한 편이다
매크로 환경이 쉽지 않다. 코로나19 팬데믹 발생 이후 공급망 물류 차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원자재 가격 상승, 중국 락다운, 인플레이션 압박과 소비심리 위축, 미국연준의 자이언트 스텝, 경기 침체 우려까지 계속해서 혼란스러운 상황을 겪고 있다.
음식료 업종은 이처럼 쉽지 않은 매크로 환경 속에서 더 빛을 발할 수 있는 섹터다. 필수소비재로서, 먹고 마시는 것은 우리가 살아가기 위해 일정량은 꼭 소비해야 하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기방어적이며, 인플레이션 및 소비위축에 대한 영향도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다. 기다렸던 리오프닝이 시작된 지금은 더욱 그렇다
Q(판매량)의 증가는 수요 증가에 기인한다. 코로나 이전 음식료 섹터는 국내 인구 증가율 둔화 및 산업의 성숙기 진입으로 인해 실질 성장이 정체되는 경향이 있었다. 따라서 많은 기업들이 해외 시장으로 뻗어나가며 장기적으로 Q를 늘리기 위해 노력했다.
P(판가)의 상승은 가격 전가를 통해 이루어진다. 주로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마진 스퀴즈를 방지하기 위함이다. 과거 음식료 기업들은 가격 인상을 꾸준히 진행해왔으나,비탄력적인 산업 특성상 천천히, 주기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특징이었다.
코로나 이후 상황은 조금 바뀌었다. 1)Q는 앤데믹 선언 이후 억눌렸던 수요가 회복되며 당분간 폭발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2)P는 전례 없는 원가 부담으로 인해 가격 전가가 보다 자주, 탄력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다.
1. Q가 증가할 업체
주류/음료, 식자재유통 등 리오프닝 수혜 업체들은 가파르게 오르는 물가에도 수요가 증가할 전망이다.
1) 주류/음료 업체들은 코로나19 기간 동안 영업 차질로 힘든 시기를 겪었으나,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유흥시장이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더운 날씨도 이들 업체에게는 호재다. 2분기부터 시작되는 계절적 성수기에 올해 때이른 더위까지 더해 3분기에도 호실적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한다.
2) 식자재유통 업체들은 외식 경기가 회복되고 식수가 늘며 수혜를 입겠다. 모든 외식 경로에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각종 페스티벌이나 여름 행사도 엄청난 활황이다. 코로나19 기간 내식 수요가 증가하면서 배달로 이동했던 수요가 다시 외식으로 돌아오는 영향도 한 몫 하겠다.
2. P가 상승할 업체
가격 전가력이 높은 업체를 선별하자.
1) 전통 강자가 유리하다. 시장 지배력이 높은 기업은 가격 결정력이 높고, 가격 인상에 따른 소비자들의 가격 저항도 낮은 편이다. 이런 기업들은 브랜드력과 품질을 인정 받기 때문에, 가격이 몇 백원 오른다고 해서 소비자들이 갑자기 구매를 그만두지 않는다
2) B2B 비중이 높은 기업이 유리하다. B2C에 비해 여론에 노출되는 가격 저항이 적어 상대적으로 판가 전가가 용이하기 때문이다.CJ프레시웨이의 식자재유통, CJ제일제당의 바이오, 대상의 소재산업 등이 해당한다.
3. C를 통제할 수 있는 업체
음식료 섹터에서 C의 통제는 보통 판매가격 인상을 통해 이루어진다. 즉, 원가를 판가에 탄력적으로 전가하는 업체들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1) 원가 부담 상쇄를 통해 마진을 방어할 수 있고,
2) 향후 곡물 가격이 하향 안정화될 시 큰 폭의 이익 스프레드를 확보하며 다시 한 번 수혜를 볼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추가적으로, 롯데칠성이 롯데알미늄과 체결한 페트 사업 영업양수도 계약(원부자재 수직계열화)처럼 기업들이 비용을 통제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도 살펴보면 좋겠다.
'산업분석 > 음식료,컨텐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음식료] 2H22 전망: 부정적 외부환경에도 업종지수가 견조한 이유 (0) | 2022.05.23 |
---|---|
[음식료] 위기는 곧 기회 (0) | 2022.04.21 |
[컨텐츠] OTT 드라마 제작 컨텐츠 (0) | 2022.03.23 |
[컨텐츠] OTT, 아직 투자의 Cycle (0) | 2022.03.23 |
[컨텐츠] 앞으로 기대 요소 그리고 제작사 (0) | 2022.03.23 |